베란다
제가 실제로 겪은 일입니다. 저는 20대의 평범한 직장인 남성입니다. 퇴근하고 집으로 가는 길에는 다리가 하나 있는데요. 그곳에 서면 제가 살고 있는 아파트가 보입니다. 저는 다리 위에 서서 아무런 생각 없이 습관적으로 제 방의 베란다를 올려다보곤 했죠.
그날도 저는 제 방 베란다를 올려다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
베란다에 분명히 누군가가 서 있었습니다. 그것은 고개를 푹 숙인 채 긴 머리를 늘어뜨리고 있는 빨간 드레스 차림의 여자였습니다. 순간 저는 겁이 확 나서 근처에 사는 회사 동료 K에게 전화로 상황 설명을 했죠. 잠시 후, 저는 근처 카페에서 K를 만나게 됐습니다.
"하하, 네가 너무 피곤해서 잘못 본 거겠지~. 분명히 아무도 없을 거야. 내가 장담한다!"
저는 K와 함께 집으로 향했습니다. 긴장하며 현관문을 열어 보니 익숙한 풍경이 보였습니다. K와 함께 집 안과 베란다 구석구석을 뒤져 봤지만 아무도 없었습니다.
"역시 잘못 본 거야~."
하지만 이유를 알 수 없는 불안감과 공포감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저는 스스로 헛것을 본 거라며 애서 자기최면을 걸었고, 저녁도 먹지 않은 채 그대로 잠이 들었습니다.
얼마나 지났을까.
"띵동─"
"이 시간에 누구야···."
시계는 새벽 1시를 가리키고 있었습니다. 살짝 짜증을 내며 인터폰을 확인해 보니 K였습니다.
"이 시간에 무슨 일이야?"
"빨리 나와!"
"뭐?"
"이 집 베란다에 사람이 있다고!!"
그런 K의 말에 잠이 확 달아나 버린 저는 그 길로 집을 빠져나왔습니다. K가 갑자기 엉엉 울기 시작했습니다. 문득 휴대폰을 확인해 보니 K에게서 전화가 세 통이나 와 있었습니다.
"흑···. 아무래도 마음에 걸려서 여러 번 전화했었어···. 느낌이 안 좋아서 다시 되돌아와 봤거든···."
K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어 나갔습니다.
"다리 위에서 너희 집 베란다를 올려다봤는데··· 처음에는 빨래들이 크게 뭉쳐 있는 거라 생각했어···. 근데 자세히 보니까 그게 모두 사람인 거야···! 어떻게 그 많은 사람들이 좁은 베란다에 한꺼번에 모여 있었던 건지···. 사람들 모두 꼼짝도 하지 않고 방 쪽을 노려보고 있더라고···!"
K의 이야기를 듣는 순간 온몸에 소름이 돋았습니다. 우리는 경찰서에 가서 상황 설명을 했지만 우리 말을 아무도 믿어 주지 않았습니다. 경찰관 한 명과 함께 집 안으로 들어가서 확인해 봤지만 역시나 아무도 없었죠. 저는 택시를 타고 근처에 있는 부모님 댁으로 가서 잠을 청했습니다. 다음 날, 저는 부모님과 상의 끝에 그 방을 나오기로 하고 집을 내놓기 위해 부동산에 갔습니다. 부동산 직원들을 추궁해 봤지만 모두들 이상한 일은 전혀 없었다며 고개를 갸웃거릴 뿐이었습니다.
집을 내놓은 후 본가로 가서 쉬고 있는데 직장 상사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K가 입원을 했다는 겁니다. 불현듯 어제 일이 떠오르며 불안해진 저는 급히 병원으로 갔습니다. K는 얼굴과 손에 붕대를 감은 채 잠을 자고 있었습니다.
"저, 누구신지···."
"아, 안녕하세요. 저는 K의 직장 동료입니다."
"아··· 안녕하세요.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안 그래도 몇 가지 묻고 싶은 게 있었습니다만···."
저는 K의 오빠라는 분과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혹시 최근에 회사에서 안 좋은 일이라도 있었나요?"
"아뇨, 특별한 일은 없었어요."
"그럼 혹시 K에게 남자 친구가 있었습니까?"
"글쎄요. 저, K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거죠?"
"K가··· 방에서 자해를 한 것 같아요."
"예?!"그
"K의 방에서 뭔가 깨지는 소리가 들려서 관리인이 가 봤더니 K가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고 합니다. 아무리 초인종을 누르고 문을 두드려 봐도 도무지 열지를 않아서 관리인이 경찰과 통화를 한 끝에 비상 열쇠로 문을 열었다고 해요. 경찰들 말로는, 베란다 유리가 산산조각이 나 있었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누군가가 침입한 흔적은 전혀 없다고 했습니다. 아마 K가 스스로 베란다 유리를 깬 것 같아요."
저는 순간 눈앞이 흐려졌습니다. 설마 그것 때문에···? 그 이후로 K는 지방에 있는 정신병원에 입원했습니다. K의 가족들에게 면회를 몇 번이고 부탁해 봤지만 K를 만날 수가 없었습니다.
그로부터 몇 개월 뒤, K에게서 한 통의 편지가 왔습니다. 편지에는 ‘즐겁게 잘 지내고 있다’, ‘같은 병실을 쓰는 사람이 싫다’, ‘병원 남자 직원이 꽤 멋있다’ 같은 평범한 내용들이 정신없이 적혀 있었습니다. 그리고 편지에는 사진 한 장이 동봉되어 있었습니다. 사진에는 건강하고 힘내라는 문구와 함께 침대에서 손가락으로 피스 사인을 하고 있는 K의 모습이 찍혀 있었죠. 그런데
"엇···!"
사진을 본 저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K의 등 뒤쪽에 있는 창문이 온통 그림자들이 뭉쳐 있는 것처럼 새까맣게 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출처:지식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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